BLOGHindsightPRESS

[조선일보] 무료과외 선생님 400명… 전국 네트워크 떴다 (하인싸잇 기사) – 2010.03.24

 

2013.02.01. 11:07   

 

[조선일보] 무료과외 선생님 400명… 전국 네트워크 떴다 (하인싸잇 기사) – 2010.03.2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24/2010032400026.html

무료과외 선생님 400명… 전국 네트워크 떴다

 

인터넷서 師弟 연결 ‘하인싸잇’ 카페 성황
직장인·대학생 등 몰려 몇개월새 회원 1200명
“돈 개입 안되기 때문에 소신껏 가르칠 수 있어”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IT기업에 다니는 한혜훈(28)씨는 직장생활 2년차였던 지난해 여름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학교 다닐 때는 줄곧 장학금을 받았어요. 그냥 내가 잘나고 운이 좋았구나 했는데….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단돈 10원이라도 그냥 벌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는 지금의 자신이 이뤄질 수 없었다는 걸 알게 되자 ‘내가 받은 것을 세상에 돌려주자’는 결심이 섰다. 그런데 가진 거라곤 맨주먹뿐인 사회 초년병이 무엇을? 고민 끝에 그는 무릎을 탁 쳤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무료과외 네트워크를 만들자!”

한씨는 지난해 7월 인터넷 카페 ‘하인싸잇 http://cafe.naver.com/hindsight 의 문을 열었다. 카페 이름은 ‘어떤 일이 지나고 나서 뒤늦게 얻는 지혜’라는 뜻이다. 자신이 겪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도록 어린 학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서의 가르침을 주자는 취지였다.

카페 대문에 모집 공고를 내걸었다. ‘선생님: 내가 가진 지식과 시간과 노력을 남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분. 학생: 꼭 배우고 싶다는 의지가 가득 찬 학생. 대충대충 할 학생은 절대 거절! 조건: 과외비 없음(단, 이다음에 또 다른 후배들에게 보답할 것).’

 

  
 무료과외 카페‘하인싸잇’의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에서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왼쪽부터 카페 매니저 한혜훈씨, 회원 양은경·송승진·한명주·최형진·이다경씨.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처음엔 ‘내가 괜한 일을 시작했나’란 생각마저 들었지만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월 100여명이던 회원 수는 순식간에 입소문이 돌아 벌써 1200명을 넘어섰다. 그중 400명 정도가 무료 과외선생을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이었다. 전국 각지의 직장인·대학생·군인, 그리고 “번 돈을 좋은 데 쓰고 싶다”는 학원강사와 “중학생을 가르치고 싶다”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하인싸잇’은 과외가 필요한 초·중·고 학생과 선생의 정보를 공유하고, 근처에 사는 사람들끼리 직접 만나 과외 여부를 결정하게 한다. 조금이라도 과외비를 요구하는 게시글은 삭제하고, 불순한 목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곧바로 신고하도록 하는 등의 장치도 마련했다. 특정 지역에서의 무료과외는 종종 있어 왔지만,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들은 왜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무료봉사에 뛰어든 것일까? “학교 다닐 때는 돈 받고 과외를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부족한 대신 사회를 보는 시각은 넓어졌어요.” 직장인 이다경(30)씨는 “1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남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은경(24)씨는 고교 시절 같은 반 친구 중 3분의 1이 대학을 못 가는 걸 보고 ‘쟤들이 과외만 받았어도…’라고 안타까워했던 걸 잊지 못해 여기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카페 ‘선생 회원’ 중 고참 축에 드는 한명주(36)씨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보다 풍요롭게 자라난 대신 나눔과 기부, 공유의 마인드가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무료과외라서 질(質)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한혜훈씨는 “돈으로 맺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눈치를 보지 않고 내 교육철학대로 열정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가르치는 고3 남학생은 문제를 몇 개 풀고 단어를 몇 개 외웠는지 다음날 아침에 꼭 보고하게 한다는 것이다. “진로나 적성, 부모님께 얘기 못 하는 것까지 상담하는 진정한 멘토가 될 수 있지요.”

이들은 무료과외가 결코 ‘일방적인 봉사’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명주씨가 가르치는 중3 여학생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간절한 눈빛으로 “선생님, 저는 영어를 읽고 싶어요”라고 호소했다. 두 달 뒤 마침내 그 아이의 얼굴에서 영어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자 한씨 자신도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제가 그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희망을 줬고, 반대로 그 아이를 통해서 저는 비로소 사회의 성숙한 어른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료과외 네트워크의 길은 아직 쉽지 않다. ‘무료’를 쉽게 생각하고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학생들 집안 형편이 어렵다 보니 대학 도서관이나 커피숍을 전전하며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돈이 없어도 부자들과 같은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아직 사회가 따뜻하다는 희망을 보여주겠다”는 이들의 장정(長程)은 이제 막 시작인 셈이다.  

 

답글 남기기